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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연구노트 ④ 주제를 바꾸다, 적응형 키오스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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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연구노트 ④ 주제를 바꾸다, 적응형 키오스크로

연구노트 시리즈.

왜 접었나

화재 대피 경로 탐색은 흥미로웠지만 두 가지 벽 앞에서 멈췄다.

하나는 계산 시간이다. 인구 밀집을 고려한 동적 경로 최적화는 만들 수는 있어도 실행에 매우 오래 걸렸다. 제대로 풀려면 근본적으로 더 효율적인 알고리즘을 새로 개발해야 했는데, 이건 이미 퀵 정렬이 있는데 그보다 빠른 정렬을 발명하겠다는 것과 비슷한, 학생 수준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과제였다.

다른 하나는 보여줄 것의 한계다. 시각적으로 강하게 전달할 결과물과 여기서 더 나아갈 방향이 마땅치 않았다.

그래서 8월 말에 주제를 바꾸기로 했다. 다만 무작정 갈아엎기보다 기존에 쌓은 것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을 우선 고려했다.

새 방향: 적응형 키오스크

팀원이 각자 하나씩 주제를 가져온 끝에 여러 기능을 결합한 키오스크를 만들기로 했다. 키오스크를 고른 이유는 적응형 UI에 있었다. 사용자마다 다른 맞춤형 화면을 제공하는 것이다.

무인 키오스크는 편리하지만 고령자나 디지털 취약 계층에게는 글자·버튼이 작고 단계가 복잡해 장벽이 된다. 모두에게 똑같은 화면이 아니라 사람에 맞춰 변하는 화면이라면 단순한 제작을 넘어 연구할 거리가 생긴다.

핵심 기능은 두 가지였다.

  1. 시각 정보 기반 UI 적응. 웹캠으로 사용자의 나이·연령대를 파악해 글자 크기, 버튼 크기, 단계 수 등을 바꾼다.
  2. 다중 화자 음성 주문. 단순한 음성 인식이 아니라 여러 명이 동시에 말해도 주문자의 말만 알아듣는 것.

첫 프로토타입

UI를 코드로 처음부터 끝까지 만드는 건 부담이 커서, 키오스크 UI 앱을 웹(HTML)으로 구현했다. 그 위에 카메라를 연동해 나이·연령을 예측하는 프로그램을 간략히 붙였는데, 예측이 생각보다 정확해서 팀원 모두 놀랐다. 이 순간이 새 주제에 확신을 줬다.

스탠바이미 삽질기

실제 키오스크처럼 테스트하려고 LG 스탠바이미(webOS 기반 이동형 터치 스크린)를 써보려 했지만 줄줄이 막혔다.

  • 컴퓨터 화면을 연결하려 했으나 HDMI로는 터치가 전달되지 않았고, 미러링은 이유를 알 수 없게 동작하지 않았다.
  • 스탠바이미 내장 브라우저로는 자바스크립트, 카메라 등 필요한 기능이 너무 많이 막혔다. 웹 기반 UI를 띄우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 개발자 모드를 설치하고 LG 개발자 계정까지 만들어 브라우저를 직접 설치하려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여러 시도 끝에 포기하고 별도의 터치 디스플레이를 구매하기로 했다. 플랫폼이 막아둔 기능을 우회하느라 쓴 시간이 가장 아까웠고, 동시에 가장 현실적인 교훈이기도 했다. 제약이 명확한 기성 기기보다 통제 가능한 환경을 마련하는 편이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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