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주의와 사회주의, 해방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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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을 기르자
일부 민족주의자들은 당장의 독립보다 먼저 민족의 힘을 기르자는 실력 양성 운동을 펼쳤다. 조만식을 중심으로 평양에서 시작된 물산 장려 운동은 ‘내 살림 내 것으로’를 외치며 국산품 애용을 호소했고, 이상재 등은 우리 손으로 대학을 세우자는 민립 대학 설립 운동을 벌였다. 그러나 일제의 방해와 자본·자원의 한계로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사회주의의 확산과 분열
3·1 운동 이후 사회주의 사상이 들어와 청년·노동·농민 운동에 퍼졌다. 이는 새로운 저항의 동력이 되었지만, 민족주의 진영과 사회주의 진영으로 독립운동이 갈리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하나로 뭉치다 — 신간회
분열을 넘어 힘을 모으려는 민족 유일당 운동이 일어나, 1927년 비타협 민족주의 세력과 사회주의 세력이 손잡고 신간회를 세웠다. 신간회는 전국에 지회를 두고 강연과 계몽에 힘썼으며 광주 학생 항일 운동을 지원했다. 자매단체로 여성 운동 단체인 근우회가 있었다. 그러나 내부 갈등과 일제의 탄압 속에 1931년 해소되었다.
1920년대의 민족 운동은 두 갈래로 갈렸다. 한쪽은 먼저 실력을 기르자고 했고 다른 한쪽은 사회 구조를 바꾸자고 했다. 갈라진 채로는 일제를 상대할 수 없다는 자각이 1927년의 신간회로 이어진다.
실력을 기르자
일부 민족주의자들은 당장의 독립보다 경제와 교육의 힘을 먼저 키워야 한다고 보았다. 1920년 평양에서 조만식 등이 조선 물산 장려회를 발기하고 1923년 서울에서 본격적인 조직을 갖추었다. ‘내 살림 내 것으로’를 내세워 국산품을 쓰고 일본 상품을 사지 말자는 운동이었다.
1922년에는 우리 손으로 대학을 세우자는 민립 대학 설립 운동이 시작되었다. 이상재를 중심으로 기성회를 만들고 한 사람이 한 원씩 내자는 구호로 모금에 나섰다. 그러나 가뭄과 수해가 겹치고 일제가 방해했으며, 일제가 1924년 경성 제국 대학을 세우자 운동의 명분도 약해졌다.
물산 장려 운동도 한계를 드러냈다. 국산품 수요가 늘자 가격이 올라 이익은 상인과 자본가에게 돌아갔고, 사회주의자들은 이 운동이 자본가의 배만 채운다고 비판했다. 실력 양성론은 일제의 지배를 당장 문제 삼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비판을 받았다.
사회주의가 들어오다
3·1 운동 이후 사회주의 사상이 들어와 청년·노동·농민 운동에 빠르게 퍼졌다. 1925년에는 조선 공산당이 결성되었다. 사회주의는 소작 쟁의와 노동 쟁의에 조직과 논리를 주어 새로운 저항의 동력이 되었다.
같은 해 만들어진 치안 유지법은 이 흐름을 겨냥했다. 탄압이 거세지는 가운데 독립운동은 민족주의 진영과 사회주의 진영으로 갈렸고, 두 진영은 방법뿐 아니라 독립 이후 세울 나라의 모습을 두고도 부딪혔다.
왜 손을 잡았나
분열을 깨야 한다는 압력은 양쪽에서 함께 왔다. 민족주의 진영에서는 일제의 지배를 인정한 채 자치권을 얻자는 자치론이 나왔고, 이에 반대하는 비타협 민족주의자들은 자치론자와 결별하고 다른 상대를 찾아야 했다.
사회주의 진영에서도 1926년 정우회 선언을 통해 민족주의 세력과 손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두 흐름이 만나 하나의 정당을 만들자는 민족 유일당 운동으로 모였다.
신간회
1927년 2월 비타협 민족주의 세력과 사회주의 세력이 함께 신간회를 창립했다. 회장은 이상재였다. 정치적·경제적 각성을 촉구하고 단결을 굳히며 기회주의를 일체 부인한다는 세 가지 강령을 내세웠다. 여기서 부인한 기회주의가 곧 자치론이다.
신간회는 전국에 140여 개 지회와 수만 명의 회원을 두어 일제 강점기의 합법 단체 가운데 가장 큰 조직이 되었다. 강연회와 야학으로 민중을 깨우고 소작 쟁의와 노동 쟁의를 지원했으며, 1929년 광주 학생 항일 운동에는 진상 조사단을 보내고 서울에서 민중 대회를 열려 했다. 그 계획이 발각되어 간부들이 대거 검거되었다.
자매 단체로 여성 운동 단체인 근우회가 있었다. 그러나 지도부가 무너진 뒤 노선 갈등이 커졌고 신간회는 1931년 해소되었다. 이념을 넘어 손잡은 경험은 뒤에 1940년대의 연합 전선과 광복 직후의 좌우 합작 시도로 이어진다.